그 날 밤에 왕이 잠이 오지 아니하므로 명령하여 역대 일기를 가져다가 자기 앞에서 읽히더니 그 속에 기록하기를 문을 지키던 왕의 두 내시 빅다나와 데레스가 아하수에로 왕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모르드개가 고발하였다 하였는지라 왕이 이르되 이 일에 대하여 무슨 존귀와 관작을 모르드개에게 베풀었느냐 하니 측근 신하들이 대답하되 아무것도 베풀지 아니하였나이다 하니라(에 6:1~3)
하나님의 시간표가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다 이해할 수도 없으며, 예측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는 하나님만의 시간표입니다. 이 땅의 그 누가 시간을 이렇게 절묘하게 짜맞출 수 있을까, 싶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속한 시간표입니다.
그날 밤, 하만이 모르드개를 모함해 죽이기로 계획을 세운 그날 밤. 하만의 마음을 괴롭히는 모르드개를 처형할 수 있도록 하만의 청을 들어줄 그 나라의 주권자인 왕은 난데없는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룹니다.
오히려 왕은 우연히 하만이 그토록 죽이고 싶어하는 모르드개의 충성된 역사를 발견합니다. 그가 나의 생명을 구한 역사가 있었다니. 그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니, 하는 기가 막힌 사건 앞에 서게 됩니다.
이전에 왕은 모르드개가 그를 위해 베풀었던 은혜를 잊었습니다. 자기 생명 지키기에 급급해 목숨을 걸고 암살음모를 알린 충신을 잊고 자기 자리 지키기에 바빴습니다. 은혜 갚기는커녕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왕은 그 사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스스로 기억해낸 것도 아닙니다. 우연히. 그것도 아주 우연히 잠이 오지 않아 읽던 역대일기를 통해서 알게 된 것입니다. 어쩌다 읽은 내용이 하필이면 모르드개가 암살 음모를 고발해 지신을 구했다는 바로 그 내용이어서.
이 우연이 정말 우연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살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긴 것일까, 너무나도 예리하고, 정교한 그러한 일들이 하나님 없이 그저 일어난 일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