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8:1~4

by 박순정 posted Mar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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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구조된 후에 안즉 그 섬은 멜리데라 하더라 비가 오고 날이 차매 원주민들이 우리에게 특별한 동정을 하여 불을 피워 우리를 다 영접하더라 바울이 나무 한 묶음을 거두어 불에 넣으니 뜨거움으로 말미암아 독사가 나와 그 손을 물고 있는지라 원주민들이 이 짐승이 그 손에 매달려 있음을 보고 서로 말하되 진실로 이 사람은 살인한 자로다 바다에서는 구조를 받았으나 공의가 그를 살지 못하게 함이로다 하더니(행 28:1-4)


어찌 보면 바울은 그 배에 탔던 사람들 중 가장 절망적인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진 학벌과 배경과 지위와 상관없는 죄수라는 신분으로 황제의 재판을 받기 위해 로마로 압송되어 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바로 이 사람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남들이 보기에 그 생의 마지막은 처형이나 오랜 감옥생활이어야 할 절망적인 인생인데, 오히려 그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그로 인하여 생명을 건지고 질병을 고치는 일을 경험합니다.


그렇다고 바울의 내일이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단지 오늘 이 자리에서 사람들의 호의를 얻고 칭송을 받으며 융숭한 대접을 받을는지는 몰라도, 그의 내일은 여전히 죄수요 황제의 재판과 그에 따른 판결이 기다린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신자의 모습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것입니다. 때론 억울하고 분한 대접을 받기도 하고. 누명을 쓰고 죄수로 잡혀 죽을 운명에 처하기도 하고. 죄수요 비천한 자이면서도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존귀를 입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이 땅에서의 고난이 끝이라 할 수도 없는 삶이기도 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로마로 압송된 다음의 바울, 황제의 재판 이후의 바울, 그가 죽고 난 이후의 바울은 그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예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 그의 삶을 통해 하나님이 하실 크고 영광스러운 일이 무엇인지 그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