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서 원수 같이 되어 이스라엘을 삼키셨음이여 그 모든 궁궐들을 삼키셨고 견고한 성들을 무너뜨리사 딸 유다에 근심과 애통을 더하셨도다(애 2:5)
하나님은 택한 백성 이스라엘의 원수가 아닙니다. 결코 그들의 원수가 되실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친히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찾아와 언약을 맺은 백성의 신분과 지위는 하루 아침에 쉽게 바뀔 덧없고 하찮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이 원수 같이 되실 수는 있습니다. 원수는 아니지만 원수 같이 되실 수는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 백성과 맺은 언약을 잊으신 듯, 그 언약이 상관없는 듯 자기 백성에게 대적처럼 행하시는 모습은 실로 충격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원수 같은 존재가 된 이유는 하나님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이 스스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깨뜨리고 언약을 파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거부하고 끝내 돌아선 그들 자신의 삶과 행위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원수는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 라고. 하지만 원수는 아니어도 원수 같이 된다는 것이 그렇게 다행스러운 것이 아닌 것을 보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당했던 멸시와 수모와 능멸과 처참한 역사가 그리 만만치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원수가 아니라 원수 같다는 것이 다행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여전히 회복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맞고 터져도 결코 그것이 끝일 수 없다는 은혜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