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하시고 조금 나아가사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여 이르시되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제자들에게 오사 그 자는 것을 보시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되 너희가 나와 함께 한 시간도 이렇게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하시고(마 26:38-41)
주님의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고민이 심해 죽을 정도라고까지 말씀하셨을까 싶습니다. 얼마나 비통했으면 연약한 제자들에게 함께 해달라고 부탁을 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그 부탁 마저 들어주지 못하는 모습을 봅니다. 두려움 때문도 아닙니다. 일이 너무 과중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심각한 스트레스의 문제도 아닙니다. 단지 피로 때문입니다. 여러 해를 같이한 주께서 그토록 부탁을 하셨는데도 잠을 이기지 못해 그 부탁을 들어드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그 긴박하고 절절한 부탁을 들어드리지 못하게 하는 인간의 약함은 건강이나 능력의 문제도 아니고, 재정의 문제도 아니며, 자격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졸려서 주님의 뜻을 따르지 못했던 것입니다.
너무 피곤했어요. 그래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말은 참 인간적인 것 같게도 보이지만, 늘 그렇게 당하고 사는 인간의 약함도 보이는 말입니다. 피로와 게으름. 어찌 보면 이보다 더 큰 신앙의 적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