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무리에게 이르매 한 사람이 예수께 와서 꿇어 엎드려 이르되 주여 내 아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그가 간질로 심히 고생하여 자주 불에도 넘어지며 물에도 넘어지는지라 내가 주의 제자들에게 데리고 왔으나 능히 고치지 못하더이다(마 17:14-16)
간질병 들린 아이 아버지의 믿음은 자기에 대한 확신이나 신념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의 믿음은 자기에 대한 좌절이요 포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간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비우고 비로소 그 자리에 예수님을 초청한 것입니다.
주님은 이것을 믿음으로 여기셨습니다. 자기를 포기하고 자기 자신과 그 아들의 주인이 되시는 주님 앞에 나아온 것을 믿음으로 보신 것입니다.
사실 이 아버지의 믿음은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 누구도 그 아버지의 태도를 믿음이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고 미미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작아도 그것은 믿음이었습니다.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믿음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주님께 그것이면 충분했습니다.
믿음은 능력을 얻어내는 방법이 아닙니다. 믿음이란 오히려 이 불쌍하고 가난한 우리의 자리에 하나님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그분을 초대해 우리의 아픔이나 필요나 간절한 소원을 아뢰는 것입니다.
그러면 주님은 그것을 보시고 결정하실 것입니다. 해결해 주시든지, 해결해 주지 않으시든지, 다른 일을 하시든지. 이때 우리는 그 결정을 믿음으로 따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