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대적들이 머리가 되고 그의 원수들이 형통함은 그의 죄가 많으므로 여호와께서 그를 곤고하게 하셨음이라 어린 자녀들이 대적에게 사로잡혔도다 딸 시온의 모든 영광이 떠나감이여 그의 지도자들은 꼴을 찾지 못한 사슴들처럼 뒤쫓는 자 앞에서 힘없이 달아났도다(애 1:5-6)
예레미야애가는 주전 586년 예루살렘이 바벨론에 함락되고 포로로 끌려간 후 기록된 시입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범죄로 인해 경험해야 했던 시온성의 폐허와 포로생활의 고통과 성에 남겨진 자들의 비참한 처지에 대해 탄식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겐 예루살렘의 수치와 무너짐은 더욱더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한 나라의 역사가 구속사의 모델이고 전능자의 이야기인데 그 나라가 무너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예루살렘은 그 크신 하나님이 친히 처소를 삼으시고 임재하신 영광의 장소였기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과감히 택한 백성을 치셨고, 자신의 임재의 장소를 허셨습니다. 이방인들이 성전을 짓밟도록 내버려두셨고, 택한 백성의 부녀자들이 학대와 강간을 당하게 하셨으며, 어린 자녀들마저 대적에게 잡혀가도록 내버려두셨습니다.
이러한 장면을 만날 때마다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로서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매를 들고도 결국은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경험하는 쪽은 부모인데. 자녀들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그렇게 아프고 처절한데. 그때 하나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놀라게 되는 사실은 하나님은 그 뜻을 철회하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아파도 매를 거두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기 백성을 고쳐내고 더 아름다운 모습을 빚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끝내 그 길을 가시겠다,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여기에서 하나님의 어마무시한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