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악한 행실과 큰 죄로 말미암아 이 모든 일을 당하였사오나 우리 하나님이 우리 죄악보다 형벌을 가볍게 하시고 이만큼 백성을 남겨 주셨사오니 우리가 어찌 다시 주의 계명을 거역하고 이 가증한 백성들과 통혼하오리이까 그리하면 주께서 어찌 우리를 멸하시고 남아 피할 자가 없도록 진노하시지 아니하시리이까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는 의로우시니 우리가 남아 피한 것이 오늘날과 같사옵거늘 도리어 주께 범죄하였사오니 이로 말미암아 주 앞에 한 사람도 감히 서지 못하겠나이다 하니라(스 9:13-15)
우리는 종종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왜 사랑의 하나님이시라면서 가나안 민족을 그렇게 진멸하라고 하셨을까요? 그토록 무섭게 인간들을 다루시는 하나님이 정말 사랑의 하나님이라 할 수 있나요?
그러나 그 질문에 우리가 종종 간과하고 있는 질문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진멸하시기 전 참으신 기간은 얼마나 될까, 왜 하나님은 그렇게 악한 자들을 바로 심판하시지 않는 것일까, 내가 하나님이었다면 심판을 했어도 백만 번은 더 했을 텐데, 하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생각하기에 심판을 하시고 지옥에 보내시는 하나님이 심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러한 생각도 한번쯤 해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랑의 하나님이 죄의 대가로 지옥을 선택하셨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인간의 죄가 얼마나 심각하다는 뜻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좀 더 알 필요가 있습니다. 죄악보다 형벌을 가볍게 하시는 하나님을. 종살이를 하게 해도 결국은 돌이켜 새로운 삶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을.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으로 은혜롭고 자비롭고 노하기를 더디 하시는 하나님을. 결코 변할 것 같지 않은 우리 같은 존재들을 위해 아들을 기꺼이 내어주신 하나님을.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참아주시는 그 하나님을.